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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범어사의 아침
오늘 아침, 선원스님과 강원학인스님 60여명의 대중들이 발우공양을 하기 위하여 원응료(圓應療)에 모였다. 대중 스님들은 공양시간을 기다리며 선찰대본산답게 나를 관조하면서 묵묵히 좌선하고 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를 만나는 시간,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 이뮛고 이뮛고 이뮛고(나는 누구인가?)..........
내 옆에는 재무 정현스님 그리고 강주 용학스님, 한주 석공스님 그리고 주지스님이 앉아 계신다. 5시 54분, 대웅전에서 5타의 쇠북소리가 나면 동시에 원응료에서도 함께 쇠북을 친다. 쇠북소리가 멎으면 강원의 찰중스님이 공양의 죽비를 세 번 친다. 그리고 조용히 바루를 편다. 오늘 아침 공양은 잣죽과 밥이다.
찬상에는 김치, 검정콩, 김, 무나물, 찌개(두부+무+포고버섯+당근), 국물김치, 깍두기김치. 된장, 시금치가 있고 큰 그릇에는 방울 토마토, 양배추, 사과를 담아서 올라온다. 그러면 각자 자신의 기호에 맞게 발우에 담아서 먹으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발우와 인연을 생각하니 벌써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6년에 서울 조계사 앞 불교용품점에서 구입했었다.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가서 살게 되었는데 가장 갖고 싶어든 것이 목발우와 누비 두루막이었다. 그때는 프라스틱 발우를 사용하는 스님들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목발우는 스님들이 꼭 갖고 싶은 물품이었다. 프라스틱 발우는 밥을 먹으면 발우와 숟가락 사이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목발우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나는 기도 부전스님으로 있으면서 열심히 노력하여 내가 원했던 발우와 누비 두루막을 구입하였다.
해인사는 산중이라 겨울이 길다. 양력 10월의 해인사는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분다. 월동 준비 10월부터 서서히 시작한다. 해인사 겨울은 다음에 4월 말까지 이어진다. 나는 누비 두루막 없이 겨울을 보내고 강원을 졸업하였다. 그래서 그 두루막을 갖고 싶었고 입어보고 싶었다. 그 누비 두루막은 지금 없다. 그러나 목발우는 나와 지금가지 함께하고 있다.
발우공양이 끝나면 운력(運力) 목탁을 친다.
선원과 강원스님들이 모두 빗자루를 들고 보제루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에는 종이나 쓰레기는 거의 없다. 다만 빗자루 들고 표식만 내는 것이다. 주지스님께서는 선게(禪偈)를 인용하면서 고기를 잡을 수 없는 빈 낚시대만 강물에 넣는 격이라고 표현 했다.
天尺絲綸直下垂 一波自動萬波隨 천척사륜직하수 일파자동만파수
夜靜水寒魚不食 滿船空載月明歸 야정수한어불식 만선공재월명귀
천 자나 되는 낚시 줄 던져 드리우니
한 파도가 겨우 일어남에 만파가 뒤따름이라.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찬데 고기가 물지 않아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감이라.
범어사는 스님들이 빗자루 들고 마땅 쓰는 것이 유명하다 과거 동산큰스님으로부터 시작된 이 수행법은 자신의 마음을 청결하게 하는 표현이다. 천수경(千手經)에 도량청정무하예 삼보천룡강차지(道場淸淨無瑕穢 三寶天龍降此地)했다. 도량이 청정하고 깨끗해야 불법승 삼보님이 이 도량에 강림하신다는 것이다. 도량은 사찰의 경내와 내 마음을 일컫는다. 눈에 보이는 도량도 깨끗하고 청결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마음이 맑고 투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불보살님을 친견할 수 있다. 대중이 함께 모여 발우공양하고 도량을 청소하는 것, 모두가 마음 닦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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