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북쪽 끝에 있는 지하철 '범어사'역에서 버스로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차 안은 배낭을 짊어진 사람으로 가득했다. 범어사 입구에서 하차해 경내로 들어서면 절을 찾는 사람과 금정산에 오르는 사람이 갈린다. 바로 일주문에 닿는다. 중앙부가 굵고 둥그스름한 4개의 돌 기둥이 독특하고 육중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참배자를 맞는다. 조계문이라고도 불리는 문이다.
절의 창건 유래에 따르면 통일신라 시대인 기원 678년, 고승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범어사와 금정산이라는 이름은 천상계에 사는 범천(梵天)이라는 물고기가 금빛 우물에 내려와서 논 것에 유래한다. 경내에는 외국인의 참배객도 눈에 띄었지만, 이번의 산사 체험 참가자도 노르웨이, 스페인, 아이티, 홍콩, 일본 그리고 한국의 6개국 7명(남자 4, 여자 3)으로 국제적 색채가 풍부했다. 담당인 손동진씨가 영어 통역에 힘을 기울여, 한국 문화에 접하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도 늘게 된 모양이다.
현여(玄如)와 정원(頂圓) 두분 스님의 지도로 합장과 참배 등의 예절에 대해 배웠다. "합장하는 모습은 누구나 아름답다 "며, 대문이나 전각을 드나들 때는 꼭 합장하라고 권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좌선 체험이 있는 듯 순조롭게 명상의 세계에 젖어 갔다.
절의 전각은 산의 경사에 맞추어 3단으로 나누어 배치된 덕분에 입체감이 풍부해 흥미로웠다. 전각 중에서도 특히 진귀한 것은 대웅전 좌측에 있는 법당이다. 하나의 건물에 팔상전 독성선 나한전이라는 3개의 불전이 늘어서 있어 참배자들이 차례로 합장하고 지나간다.
불교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하며, 그 범절을 발우(鉢盂, 바루)공양이라고 한다. 수행의 일환이며, 법공양(法供養)이라고도 불린다. 4개의 밥공기를 행주로 거듭 싼 것과 나무 젓가락 및 숟가락을 상에 차려놓는다. '탁' 하는 스님의 대나무 막대기 소리를 신호로 밥과 국, 반찬을 차례로 돌린다.
요즘은 사찰에서 발우 공양을 하는 곳이 적고, 일반적으로 뷔페 스타일의 공양을 한다. 식사를 남기는 것은 용서되지 않으며, 식후 설거지는 직접 하는 게 원칙이다.
범어사는 스님 양성기관인 '승가대학'도 두고 있어서 승려 수가 약 80명이었다. 10개 암자 중 동쪽에 위치한 계명암에 오르면 산으로 폭 둘러싸인 범어사와 부산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한국 유수의 산성이 있는 금정산에는 동서남북에 성문이 있다. 그 하나인 북문을 목표로 올라갔다. 계곡을 낀 바위 투성이의 코스이지만, 4월 중순의 막 싹튼 신록이 상큼한 느낌이다. 위로 갈수록 아름다운 진달래도 늘어난다. 휴일이어서인지, 가족끼리와 젊은 사람이 많다. 부산 시민에게는 절호의 하이킹 코스다. 1 시간 약간 못돼 북문에 도착했다. 동서 방향으로 돌로 쌓은 담벽이 늘어서 있다. 안내판에는 "1808년 주민들이 기둥과 대들보를 옮겨 쌓은 석성으로, 장식을 하지 않아 4개 성문 가운데 가장 소박하다"고 적어놓았다. 위치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로 250(전화 82-51-508-5726).
*공양은 식사를 말한다. 식사 중에는 침묵이 원칙이다. 정진요리는 고기를 쓰지 않고 야채나 곡물, 콩 종류가 중심이다. 정진은 계율을 지키고 올바른 행실을 하기 위해서 오로지 노력하는 것이다. 마늘, 파, 양파, 부추 등의 재료도 쓰지 않는다.
글&사진=송관(한국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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