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범어사에 '선(禪)문화불교회관'이 들어선다. 2005년 금정산 자락에 10만여 평 규모로 추진된 '선(禪)문화타운' 건립 계획이 환경훼손 우려로 중단된 이후 12년 만이다.
4일 범어사 측은 이달 중순께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아래 100m에 위치한 사자암 일대 1만 5000여 평 규모의 부지에서 선문화불교회관 건립 착공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립 착공식… 2018년 완공
템플스테이·명상체험 가능
범어사의 선문화불교회관은 부지 경사면을 활용한 2층 짜리 콘크리트 건물 2개 동에 한옥형 지붕이 씌워지며 각각 선체험교육관(가칭), 선체험관(가칭)으로 지어진다. 건축 면적은 900여 평(2900㎡)을 차지한다.
범어사 측에서 자체 예산 28억 원을 부담하고 문화관광부와 부산시가 각각 21억 원씩 예산을 투입해 총 7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오는 2018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교회관은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사찰 범어사에 대한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찰 문화 체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숙박형 템플스테이, 명상 체험, 사찰음식 체험, 다도 체험 등이 가능하도록 꾸며진다. 부산항에 정박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의 수요도 감안해 한 번에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범어사는 2005년 10월 선문화타운 현판식을 갖고 건립을 본격 추진했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부산외대 인근 남산동 부지 10만여 평을 사들이고 부산시의 지원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무리한 추진이 드러나면서 환경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문화불교회관은 범어사가 기존에 소유한 사자암 일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자리를 잡는다. 또 금정산보존회, 금정산지킴이 등 환경단체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으며 지난달 30일에는 부지 인근 상마마을 주민들과 설명회도 가졌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개발제한구역에 속하지 않은 지역이라 불법이 아니고, 낮은 층수에 건물도 2개에 불과해 자연 훼손 걱정도 덜한 상황이다"면서 "범어사 측과 협의체를 구성해 환경단체들과 수시로 소통하기로 해 건립 과정을 지켜볼 계획이다"고 전했다.
범어사 관계자는 "10년 넘게 범어사의 여러 주지 스님들께서 구상해 왔던 오랜 숙원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됐다"면서 "규모를 줄이고 내실을 기해 많은 분들이 들러갈 수 있는 명상체험공간을 준비하겠다는 게 범어사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