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큰스님 (죽) 10
제자들은 차별 없이 지극히 사랑하셨고 제자들의
사소한 실수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비로운 동산
스님이었지만, 그러나 수행자로서 지켜야할
근검절약에 어긋나면 여지없이 질타 하셨다.
한번은 부산시내에서 범어사까지 택시를 타고
온 제자를 목격하시고는 그 자리에서 불호령을
내리셨다.
“세상에 이런 못된 사람을 보았는가! 신도가
제아무리 택시를 잡아주어도 곧바로 내려서
걸어오던지, 버스를 타고 올 것이지, 멀고
먼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와? 시줏돈 그렇게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면 죄짓는 게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동산 스님은 속이 불편하셨는지
시자에게 죽을 끓여 오라고 분부하셨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시자가 죽을 끓여 올리는
것이었다.
“아니 웬 죽을 이렇게 빨리 끓여왔느냐?”
“예 스님, 석유곤로로 죽을 끓였더니 금방
되던데요.”
“뭐라구? 석유곤로라니?”
“예 스님. 고물상에서 헌 석유곤로를 하나
사왔는데 그걸 사용했습니다.”
“허허 이런, 절살림 망해먹을 녀석을 보았는가?
아 인석아, 그 비싼 석유를 사다가 그 석유불로
죽을 끓였단 말이냐? 엉?!”
“잘못 했습니다 스님.”
“시줏돈 함부로 쓰면 큰 죄 짓는 게야! 나 오늘
죽 안 먹을테니 당장 나가라!”
동산 스님이 그토록 무섭게 알았던 시줏돈,
과연 오늘 제대로 소중하게 쓰이고 있을까(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