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의 지물과 그 방향의 오류에 대하여
사천왕이 잡고있는 지물과 그들의 방향과 명칭에 대하여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그 답은 아니며 경전의 도상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한 오류이다. 그런데 사찰문을 들어서며 처음 만나는 이러한 사천왕에 대하여 잘못된 설명을 하는 자료들과 혼란을 야기 시키는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고 바로잡고자 한다.
사천왕「四天王; catvāsraɧ-mahā-rājikāɧ;차트와(4) 스라흐(하늘) 마하(큰) 라지카흐(왕)」은 인도 고전 리그베다;Ṛg-veda에 등장하는 천신(天神)으로 불교에서 수용하여 수호신(守護神)으로 삼았다. 사천왕은 도리천(忉利天)의 주인인 제석천(帝釋天)의 명을 받아 4천하를 돌아보고 사람들의 행실을 보고하는 것이 임무이다. 위로는 제석천을 받들고 아래로는 팔부중을 거느린다.
사천왕의 배치에 대하여 잘못 정리된 도표와 그 출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표).
방 위 |
존 명 |
지 물 |
피 부 색 |
권 속 | |
왼손 |
오른손 | ||||
동 |
지국천왕 |
|
칼 |
청색 |
건달바, 부단나 |
남 |
증장천왕 |
여의보주 |
용(뱀, 밧줄) |
적색 |
구반다, 폐례다 |
서 |
광목천왕 |
보탑 |
삼지창, 당(幢) |
백색 |
용, 비사사 |
북 |
다문천왕 |
비 파 |
흑색 |
야차, 나찰 |
아래는 사천왕의 존명(尊名)에 대해 위의 표와 같은 설명을 하고 있는 책들.
1. 『불교입문』 - 조계종포교원, 조계종출판사, 2007년(2001년 초판), pp.44~46
2. 『불교상식백과』상권 - 불교시대사, 홍사성, 1993년, pp.100~102
3. 『사찰, 그 속에 깃든 의미』- 교보문고, 김현준, 1995년, pp.32~42
4. 『조선불화』- 중앙일보사, 문명대 외, 1994년, 도판 no.38~41
5. 『민속대백과사전』.
위의 오류는 사천왕에 대하여 언급한 경전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고 발표한 불교미술을 전공한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야기된 것이다. 지금도 사찰에서 불교문화재를 설명하는 해설사들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이러한 설 저러한 설이 있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어째서 경전에 근거한 사천왕상의 배치가 정리되어 있고 논문도 바르게 발표된 것이 있음에도 계속 이렇게 잘못된 설명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하여 천은사 「아미타후불탱」에서 나타난 경우의 오류를 지적한 장충식 교수의『한국 불교미술 연구』. 2004년도에 시공사에서 발행한 책에서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파를 든 동방지국천을 북방천왕, 칼을 지닌 남방증장천을 동방천왕, 용과 여의주를 지닌 서방광목천을 남방천왕, 보차와 보탑을 지닌 북방다문천을 서방천왕이라 하는 등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화원의 착오가 분명하다. 따라서 정확한 검증 없이 조선시대 불화 사천왕의 명칭을 이 천은사 불화의 명칭 기록만을 의지해 추정한 것은 안이한 해석이다.’ - 위 책자 pp.195~196
‘몇몇 예외가 있으나 이는 화원의 착오 또는 도상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였을 뿐 조선시대의 사천왕 배치 형식은 본존 좌협시 후방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동 . 남 . 서 . 북 천왕의 순서로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었고, 이는 이후 한국불화의 사천왕 배치의 정형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 위 책자 p.198
▲ 구례 천은사 아미타극락회상도의 부분도.
비파를 연주하는 천왕의 두광에 ‘북방천왕’이란 명기가 선명하고,
보탑을 받쳐 든 천왕의 두광엔 ‘서방천왕’이라 쓰여 있다.
‘잘못된 분류’를 따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후불탱화를 근거 기준으로 삼는다.
- 그림 출처, 『조선불화』, 중앙일보사의 위 책자.
사천왕배치가 바르게 정리된 도표)
방 위 |
존 명 |
지 물 |
피 부 색 |
비 고 | |
왼손 |
오른손 | ||||
동 |
지국천왕 |
비 파 |
백색 |
건달바들의 主 | |
남 |
증장천왕 |
|
칼 |
청색 |
구반다 무리의 主 |
서 |
광목천왕 |
여의주 |
용(뱀, 밧줄) |
홍색 |
용왕의 主 |
북 |
다문천왕 |
보탑 |
삼지창(당,幢) |
녹색 |
야차 무리의 主 |
참고자료
『대방광불화엄경1』제1권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
약사유리광왕칠불본원공덕경염송의궤공양법(藥師琉璃光王七佛本願功德經念誦儀軌供養法)
불설다라니집경(佛說陀羅尼集經)권11(P.879a)에 나온 「사천왕상법」에 의하면 지국천(提頭賴吒)은 왼손에 칼과 오른손에 저보(著寶), 증장천(毘嚕陀迦)은 왼손에 칼과 오른 손에는 집삭 즉 창(執矟)을 잡고 있다. 광목천(毘嚕博叉)은 왼손에 창과 오른손에 파적색(把赤索) 즉 붉은 끈을 잡고 있다. 다문천(毘沙門)은 왼 손에 창과 오른 손에 보탑(佛塔)을 들고 있다. 이처럼 초기의 사천왕은 북방천왕이 보탑을 들고 동 남 서의 천왕은 칼이나 창 보배를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법이 원나라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에 오면 지물이 정형화 된다.
위의 자료중 원나라 사라파스님(大元三藏沙門沙囉巴)이 번역한 염송의궤공양법에서 발췌한 사천왕의 지물에 대한 한자원문을 번역하여보자.
東方持國大天王 其身白色持琵琶 守護八佛東方門 供養讚歎而敬禮
동방의 지국천왕은, 그 몸은 흰색으로 비파를 들고,
여덟 부처님의 동쪽문을 수호하시니, 공양하고 찬탄하며 공경히 예배합니다.
南方增長大天王 其身色執寶劍 守護八佛南方門供養讚歎而敬禮
남방의 증장천왕은, 그 몸은 청색이요 보검을 들고,
여덟 부처님의 남쪽문을 수호하시니, 공양하고 찬탄하며 공경히 예배합니다.
西方廣目大天王 其身紅色執索 守護八佛西方門供養讚歎而敬禮
서방의 광목천왕은, 그 몸은 붉은색이요 밧줄(견삭)을 잡고,
여덟 부처님의 서쪽문을 수호하시니, 공양하고 찬탄하며 공경히 예배합니다.
北方多聞大天王其身綠色執寶叉 守護八佛北方門供養讚歎而敬禮
북방의 다문천왕은, 그 몸은 녹색이요 보배창을 들고,
여덟 부처님의 북쪽문을 수호하시니, 공양하고 찬탄하며 공경히 예배합니다.
사천왕의 지물에 대한 다른 경전에 나와 있는 중각약사칠불공양의궤경(重刻藥師七佛供養儀軌經)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東門中持國天王。白色二手持琵琶。南門中增長天王藍色持劍。西門中廣目天王。紅色持蛇索。北門中多聞天王。黃色持寶鼠”
이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위의 도표처럼 정리 할 수가 있는데, 「동방 지국천-비파, 남방 증장천-보검, 서방광목천-견삭(뱀,용), 북방 다문천-보차(보배쥐,탑)」, 지물에 이렇게 정형화 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찰에 배치된 사천왕을 이해하려면 위와같은 변천사와 화공의 잘못과 일부 불교미술전공자의 이해의 부족에서 온 것을 알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천왕문을 들어서며 배치된 사천왕을 살펴보면 그 배치에 대하여 사찰의 배치와 주산의 방향에 따라 그 배치가 다름을 알 수가 있다.
그림A,B,C,의 경우를 살펴보자.
山의主峰
그림A; 범어사의 경우
대웅전방향 |
서 |
↑ ↑ |
북 |
남 |
동 |
일주문 쪽 |
대웅전 |
그림C;백양사의 경우
남 |
↑ ↑ |
서 |
동 |
북 |
山의主峰 |
들어서는 곳 |
山의主峰 |
대웅전방향 |
북 |
↑ ↑ |
동 |
서 |
남 |
그림.B
일주문쪽 |
위의 사천왕의 배치를 그림 A,B,C,의 경우를 살펴보면, 북방 비사문천이 산의 주봉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경전에 있는 지물과 사천왕의 이름은 보탑을 지물로 든 북방 비사문천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동 남 서 북의 하늘을 지키는 사천왕은 그 권능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가 있다.
범어사의 경우 그림 A에서 처럼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대게는 좌우에 사천왕을 두 분씩 모시게 된다. 오른 쪽으로 돌아서면, 각각의 두 분을 만나게 되는데, 들어서는 자신의 팔의 방향으로 <동방 지국천왕(좌편, 지물-비파), 남방 증장천왕(우편, 지물-보검)>을 대하여 서게 된다.
그 것은 사찰의 배치상 대웅전을 중심으로 사찰의 전각들이 북에서 남쪽으로 향하여 배열되기 때문이다. 부석사에 가 보신 분들은 법당이 북쪽에 배치되어 있지만 부처님은 우리들이 올라가는 방향에서 왼손 편 즉 서쪽에 앉아계신다. (마곡사의 경우도 그렇다.)
가장 북쪽에 대웅전이 마치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듯 자리하고 있고 산의 주봉을 뒤로 지고 자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배객은 항상 남에서 북으로 향하여 법당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좌측의 두 분 사천왕의 배치를 살펴보면, 가장 안쪽에 북방 비사문천(毘沙門天)이 모셔지게 된다. 그래서 사천왕문을 들어서면서 왼손의 방향으로 돌면 <서방 광목천왕(좌편, 용과 여의주), 북방 다문천왕(우편, 탑과 방)>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림B의 경우는
신라시대 석굴암의 주산이 법당의 좌편 뒤쪽 들어서는 사람의 방향에서 오른 쪽 편에 위치하는 경우가 된다. 앞의 그림A의 경우에 해당하는 불화가 있다면 그림B의 경우로 명칭을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 앞의 잘못된 경우의 사천왕배치를 하여 비파를 든 동 지국천왕을 북방 비사문천으로 오해하여 이름 짓게 될 것이다. 불화(탱화)는 사천왕상과 달리 이동하기가 간편하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의 경우와 민약 다른 사찰로 옮겨 이운하여 모시는 경우 주산의 위치가 같다면 괜찮겠지만 다를 경우 방향의 배치가 다른 탱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약간의 예외가 있는데 "그림 C"에서 보는 것처럼
백양사의 경우는 법당을 중심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후에 지금의 문으로 변화된 것으로 추증된다.) 동에서 서로 들어가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사천왕도 들어서는 입구에 위치한 주봉인 산의 방향에 북방 다문천이 탑을 들고 위치하고 있는 모습으로 배치된 것이다.
그리고 불교에서 방향은 동․ 남․ 서․ 북의 순으로 원을 그리는 방향으로 표현된다. 사문유관에서도 노․ 병․ 사를 동남서의 방향으로 묘사하고 북쪽에서 사문을 만나게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각 사천왕의 내용을 살펴보자.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은
수미산 중턱의 동쪽 영역을 관장하는 천왕(天王, Deva)이다.
『아쇼카왕경』이나 『방등대집경(方等大集經)』에 의하면, 수미산(須彌山)을 다스리는 제석천 또는 부처님이 지국천왕으로 하여금 동방에서 불법(佛法)을 지키라고 명령하였다고 하며, 그래서 지국천왕은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하게 할 것을 맹세하였다고 하여 그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동방 지국천왕의 범어 이름은 "Dhritarashtra"라고 한다. 고대의 인도 베다(아타르바 베다, 마하브하라타 베다) 등 고문헌에 나타난 신화들에서는 지국천왕이 그 권속으로 '간다르바'를 부린다고 표현되어 있다.
"간다르바(乾達婆)"는 음악신을 뜻하는 것으로서 노래하고 춤추며 놀기 좋아하는 이른바 건달(乾達)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대의 불교경전에서는 지국천왕(持國天王)이 '간다르바'나 '비사사'라는 귀신을 부리면서 동방에서 참된 도리를 파괴하고 선한 백성을 괴롭히는 자들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간다르바'라는 귀신은 향기를 먹고사는 귀신이라고 하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심향(尋香)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비사사'라는 귀신은 사람의 정기(精氣)를 뺏는 탐정귀(貪精鬼)라고 한다. 이런 '간다르바'와 '비사사'를 부하로 부리는, 동방지국천왕이 가지고 있는 물건(持物)에 대하여는 경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비파(琵琶)와 같은 악기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다라니집경에 의하면, 동방지국천왕은 왼손에 팔을 내려 칼을 잡고, 오른손을 구부려 보주(寶珠)를 쥔다고 하고, 일자불정륜경(一字佛頂輪經)에 의하면, 왼손에는 창, 오른손은 손바닥을 올려드는 형상이라고 하여 삼국시대에는 동방 남방 서방의 천왕은 칼이나 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약사여래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 중 [염송의궤공양법]에는 비파(琵琶)를 든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범어사 천왕문에서는 비파를 들고 있다. 뿐만아니라 조선 후기의 사찰의 형식에서는 동지국천은 비파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정형화 된다.
물론 삼국시대의 사찰형식에는 다라니집경의 방식을 따라 보검을 들고 있는 형식을 취하는데 석굴암의 형식이 좋은 예이다.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은 수미산 중턱의 남쪽에 있는 '유리'라는 지방을 관장하는 천왕(天王, Deva)이다. 범어로는 "Virudhaka"라고 하며, 그 뜻은 자꾸 늘어난다, 확대된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그래서 한문으로 증장(增長)이라고 한다.
증장천왕은 그 권속으로 굼반다(Kumbhanda)와 프레타(Preta)를 부리며, 굼반다는 배가 매우 부른 모습으로 표현되어 욕심이 매우 많은 아귀라고 하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