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이야기 하마(下馬)
“하마(下馬). 말에서 내려라”
불문에 귀의한 부처님의 제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을 타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면 범어사 산문 입구에 왜 하마비下馬碑가 있을까?
조선시대는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는
억압하는 시대였다. 유생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남용하여 신선한
사찰을 유원지나 공원으로 생각하고 말을 타고 법당 마당까지
들어와서 거들먹거렸다.
스님들은 지체 높은 유생들에게 말은 못하고 일주문 아래
하마비下馬碑를 세우게 되었다. 말에서 내려 걸어오게 했던
것이다. 유생들은 부처님전에 절을 하거나 인사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육책으로 누각을 낮게 지어 자연스럽게 한번이라도
인사하게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사찰이 안동 봉정사 영산암
우화루이다. 누구나 이 문을 통과 하려면 머리를 숙여야 법당
마당으로 들어 갈 수 있다. 범어사도 조선 숙종 때 36가지 부역을
하느라 스님들의 생활환경이 참으로 어려웠다. 이것을 혁파한 분이
관찰사 조엄이었고 그 분을 기리는 불망단(不忘壇)이 범어사에 남아 있다.
지금의 하마비下馬碑 의미는 무엇일까?
“승용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천년고목의 나무가 있고,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며, 세월을 알
수 없는 억년의 바위가 있어서 우리들의 세속적 가치와 번뇌를
모두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사찰의 의미를 가져보라 한다.
범어사 고담봉 아래 미륵암이 있고 백운큰스님이 주석하신다.
스님은 “양치는 성자”의 소설을 집필하여 우리에게 유명하다 또 근년에
소설 “성월대선사”을 출판 하였는데 성월대선사는 구한말 범어사를 중창한
훌륭한 고승이다. 소설 “성월대선사”에 조선시대 탐관오리貪官汚吏
유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고을 중심에 있던 어느 절을 빼앗기 위하여
고을 사또가 간계를 꾸민다.
처음에는 포졸을 시켜 소위 공문公文이랍시고 절에 보내는데 펼쳐보면
내용이 백지 한 장 뿐이다. 며칠이 지난 뒤 포졸이 스님을 찾아와서 현감에게
출두하란다며 속히 가자고하며 끌고가서 동헌東軒 마당에 무릎 꿇린다
“지난번 공문을 받았으렷다?”사또의 추궁이 추상같다.
“예 받았소” “공문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으렷다?”
“기억하고 있소” “뭐라 씌여 있던고?”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백지였소 자 여기 있으니 보시오”
주머니에서 지난번에 받은 백지공문을 내 놓는다.
“아니 백지라니 분명히 공문을 보냈거늘 백지라니?”
“이것 보시오 정말 백지가 아니오?”
“여봐라 저 중놈이 제 정신이 아니구나 정신 차리도록 볼기를 쳐라”
십여대의 볼기를 맞고나면 비록 항우장사라도 배겨내기 어렵다.
“저 사또 놈이 수탈할 목적으로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문이 심하면 입에서 거짓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백미 백가마를 뜯어 낼 심산으로 스님 입에서 열가마 스무가마 서른가마 해서
결국 “백가마 내겠소” 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계속 볼기를 치는 것이다.
그러니 죽도록 매를 맞고 백가마 쌀을 수탈 당하고 또 그렇게 반복한다.
그러니 스님이 그 절에 붙어 있을 수 있겠는가? 산 속 절로 도망갈 수 밖에
또 불교설화에 이같은 이야기가 있다. 숭유억불이 극심했던 시절,
어느 선비가 산 좋고 물 좋은 어느 산사를 찾아갔다.
사찰의 법당을 찾은 그는 등어리에 있는 긴 담배 대를 꺼내어
담배를 피우고 타고 남은 재를 앉아 계시는 부처님 불상의
손바닥에 쏟아 붓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젊은 스님은 얼른 주지실로 달려가 사실을 알렸다.
주지스님은 유생이 있는 법당으로 갔다.
“점잖으신 선비께서 어찌 법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부처님의 손바닥에‘
재를 터는 것입니까 무슨 곡해라도 있습니까?“
“밖에 걸려 있는 주련에 불신충만어법계 佛身充滿於法界”라고 하는데
주지스님 이것이 무슨 뜻인가요?”
“네~~ 부처님이 이 우주법계 가득 충만해 계신다는 뜻입니다”
선비는 힘주어 말한다.
“부처님이 우주법계에 충만해 있으면 내가 재를 버릴 공간이 없는데
밖에 나가 버리나 부처님 손바닥에 버리나 똑 같은 것 아니겠소 그러니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기가 막힌 주지스님은 얼른 옆에 있는 죽비를 가지고 선비의 등어리를 후려쳤다.
선비는 “아이고 사람 때린다”고 고함을 질렀다.
주지스님은 “佛身充滿於法界인데 내가 부처님께 안마를 좀 해줬지 무슨
사람을 두들겨 팹니까? 안마를 해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처님은 조그만 참으시죠”
했다고 한다.
범어사 포교국장 일광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