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심안(心眼)으로 부처님 말씀 전한 '삼세의 법보'
인터뷰/전집 출간 앞둔 대강백(大講伯) 무비스님
“불법이 언어나 문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어나 문자를
떠나서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을 내는 첫마음처럼
뒷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 시대 대강백 무비스님이 11월12일 금정총림 범어사 화엄전에서 60년 평생의 공부를 담은 <여천무비스님 전집-화중연화(火中蓮華)> 출간 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사람이 곧 부처님’이라는 인불사상(人佛)이 필요한 시대”라며 “전집에 인불사상이 깊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 사람이 모두 행복하고 세상 인류가 다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최상의 열쇠가 무비스님이 평소 강조해온 인불사상이다. 모두가 서로를 부처님으로 받들어 섬기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며, 세상사람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무비스님에게 전집은 평생 공부가 담긴 노트다. 그만큼 깊은 애정이 담겼다. 무비스님은 “전집이 오면 그날 전집을 안고 자겠다”고 웃었다. 전집이 간행되기 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6개 출판사에 흩어져있던 원고를 모으는 일이 여간 힘들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을 제외한 총25권으로 엮어 간행할 수 있게 됐다. 전집은 11월23일 범어사에서 출간 기념 봉정법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다.
무비스님은 출가 후 경전과 어록을 배우는데 인연이 많았다. 그 방면으로 계속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접했고, 공부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은 번역을 하고 설명을 달아서 기록했는데 그것이 뒷날 책으로 한권 한권 탄생했다. 60여년 세월에 한권, 두권이 쌓여 120권이 넘는다.
무비스님은 탄허스님의 법맥과 강맥을 이었으며, 각성스님, 통광스님과 함께 탄허삼걸로 일컬어진다. 승속을 막론하고 수많은 대중에게 불법의 바른길을 제시해왔다. 많은 제자를 두고 있는 무비스님은 후학들에게 “세상에 이렇게 좋은 보물이 있는데, 책장 넘길 때마다 다이아몬드가 와르르 쏟아지는데 주워 담으려고 하지를 않는다”며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고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1958년 출가한 이후 지금까지 평생 동안 경전 연구에 매진해온 무비스님은 출가를 결심한 계기 역시 남다르다. 어린시절 같은 마을에 있는 사찰에 자주 놀러갔다가 만난 또래의 동자 스님이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자경문>의 구절을 읊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도 이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 출가할 결심을 굳혔다. 이후 ‘무엇이 불법(佛法)인가?’라는 평생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강스님, 효봉스님, 성철스님 등의 문하에서 10여 년간 참선수행을 했고, 관응스님, 탄허스님, 운허스님 문하에서 경전공부에 매진했다. 이렇게 선(禪)과 교(敎)에 매이지 않으며 오로지 불교의 묘리를 전해온 선교겸장의 종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막상 전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자 걱정도 들었다. 무비스님은 “불법이 언어나 문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어나 문자를 떠나서 있는 것도 아닌 까닭에 입만 열면 폐궐이 수미산이다”며 “수미산 같은 폐궐을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참으로 진퇴양난”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흩어져있던 저서를 모아 전집으로 간행하는 뜻은 “책을 내는 첫마음처럼 뒷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런 간절함은 2004년부터 시작한 인터넷 카페 염화실(cafe.daum.net/yumhwasil)과 2020년 9월 개설해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무비스님의 ‘염화실TV’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무비스님은 유튜브 강의를 ‘최후의 불사’로 여기고 있다.
세수 80을 넘긴 무비스님은 세상사람들을 향해 지혜의 삶을 당부한다. 탐욕의 독, 진심의 독, 어리석음의 독에 빠져 제정신으로 사는게 아니라며 무서운 삼독을 희석할 수 있는 것은 지혜를 닦는 공부라고 강조했다. 무서운 삼독에서 헤어나야만 부드럽고 유연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지혜 ‘화중연화’(火中蓮華)
여천무비스님 전집
화중연화(火中蓮華)
여천 무비 지음/불광출판사
<여천무비스님 전집-화중연화(火中蓮華)>는 이 시대의 대강백 무비스님 평생의 공부를 모아 25권의 책으로 역어낸 최종판이다. 120권이 넘는 스님의 저서 가운데에서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전 81권)>과 공저를 제외하고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출간됐던 29종 33권의 도서를 재구성해 25권에 모았다.
<법화경>, <유마경> 등의 경전과 <임제록>, <직지>, <신심명>, <증도가>, <전심법요> 등 선불교의 핵심을 담은 책의 강설서,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무비스님이 가려뽑은 불교 명구 100 시리즈>를 비롯한 법문 모음집 등 한권 한권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새기고 공부할 만한 책들이다. 이와 함께 이미 절판돼 구해볼 수 없었던 <서장 강설>, <무비스님과 함께하는 불교 공부> 등의 책까지 모두 살려냈다.
불자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예불문>, <천수경>, <반야심경>과 출가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초발심자경문> 등 불교의 기초부터 핵심 경전과 조사어록에 이르기까지 그 가르침의 깊이도 다양하고 공부의 난이도도 다양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해설하고 있으나 결코 가볍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짚어 명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들을만하다.
전집의 제목으로 쓰인 화중연화는 <유마경> 구절 중 ‘화중생련화(火中生蓮華)’와 같은 말로, ‘불꽃 속에서 핀 연꽃’이라는 의미다.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며 헤쳐나가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불법의 지혜를 의미하는 동시에 60여 성상 한시도 놓지 않았던 평생 공부의 또다른 표현이다.
무비스님은 전집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각 책의 첫장 안쪽에 해당 책 주제의 강설 영상 또는 음성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실어두었다.
[전집 목록]
1권 예불문·천수경·반야심경
2권 금강경 강의
3권 금강경오가해
4권 지장경 강의
5권 법화경 강의(상)
6권 법화경 강의(중)
7권 법화경 강의(하)
8권 유마경 강설(상)
9권 유마경 강설(하)
10권 서장 강설(상)
11권 서장 강설(하)
12권 임제록 강설
13권 직지 강설(상)
14권 직지 강설(하)
15권 신심명 강의·대승찬 강설
16권 증도가 강의
17권 전심법요 강설
18권 초발심자경문 강설
19권 왕복서 강설·법성게 선해
20권 사람이 부처님이다·당신은 부처님
21권 이와 같이 살았으면·보살계를 받는 길
22권 불교 명구(상)
23권 불교 명구(하)
24권 무비스님과 함께하는 불교 공부
25권 일곱 번의 작별인사·염화실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