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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이야기 명학동지(明學同知) 12

포교국장스님 | 2010-07-27 | 조회수 : 438

범어사 이야기 명학동지(明學同知)



이조시대에 경상도 동래군 금정산(金井山) 범어사(梵魚寺)에 명학(明學)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사판승(事判僧)으로 절 방앗간 소임을 맡아보고 또 사중의 전답 관리의 책임을 도맡아서
수천석이 넘는 사중재산을 관리하였다. 그래서 재산을 많이 모아 돈을 주고 동지(同知)라는
공명첩을 사서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의 품계를 가졌으며 명학동지(明學同知)라는 벼슬을
가지게 되었다.


명학스님에게는 영원(靈源)이라는 상좌가 있었는데, 명심견성(明心見性)에 몰입하는
진실한 수행자였다. 그는 은사가 축재하는 것을 보고 출가자의 본분이 아님을 깨닫고
범어사를 떠나 금강산  영원동(靈源洞)에서 수행정진하여 나이 30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느 해 여름인에 금강산 영원동에서 선정에 들었는데 그 앞에 시왕봉(十王峯)이 늘어선
남혈봉(南穴峯) 밑에서 죄인을 다스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듯 울려나왔다. 살펴보니
염라대왕이 좌정하고 판관 녹사가 늘어서 있는데,
「이번에는 범어사 명학동지를 불러 들여라」
「너는 일찍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으면 계행을 잘 지키고 참선공부나 염불 공부를
하여 도를 닦아야 할 것이어늘 어찌하여 재산만 탐하다가 죄를 짓고 이런 곳으로 들어 왔느냐?」
「죄를 지은 일은 없습니다. 재물을 모은 것은 쓸 것을 아니 쓰고 먹을 것을 먹지 않고 모은
것이지, 남을 못살게 하거나 망하게 하여 부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여봐라, 업경대(業鏡臺)를
가져오너라. 업경대의 스크린을 보여 주어라」



업경대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나타났다. 그것은 축재와 탐욕의 어리석은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네가 스님이었던 것을 감안해서 무서운 지옥은 보내지 아니하고 황사망(황구렁이) 털을 씌워서
금사굴(金蛇窟)로 보내는 것이니, 들어가서 한 천년 엎드려서 반성해 보거라」고 하였다.
3년 상이 다 지나고 영원스님은 범어사를 찾아가서 명학스님을 위하여
천도재를 올려주게 된다. 그리고 멀겋게 죽을 쑤어 큰 그릇에 담아 창고로 가서 문을 열고 볏섬과
쌀섬과 돈 항아리 사이에 놓고, 「스님, 명학스님. 명학스님 나오셔서 죽을 드십시오」하고 세 번을
크게 불렀더니 돈 빛깔의  황구렁이가 나온다. 돈을 못잊어 전고를 지키고 있어던 것이다.
영원상좌는 무상법문(無上法門)을 일러주고 업신(業身)을 빨리 벗어라고 경전을 외우니
황구렁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고방을 나와 스스로 머리를 큰 댓돌에 부딪혀 죽는다.



그런데 구렁이 밑에서 파랑새가 나오더니, 그대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영원상좌가 놓치지 않고 뒤쫓아가니 어떤 촌가로 들어간다.
이튿날 영원수좌가 그 집을 찾아가서 말하기를
「당신네가 열 달만 지나면 귀동자를 낳을 것이고, 아이가 7세만 되거든 나를 주어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게 하시오. 아이는 전생에 불연이 깊은 관계로 내가 찾아 왔습니다. 그러면 7년 후에 다시
오리다.」 7년 후에 어린애를 데리고 영원동(靈源洞)으로 갔다.
여기서 참선법을 가르쳤는데, 한 방편을 써서 문창호지에 바늘구멍을 하나 뚫어 놓고 어린이에게
말하되 「이 문창호지의 바늘구멍으로 큰 황소가 들어올터이니, 그 황소가 들어올 때까지
바늘구멍만 내다보고 일심으로 황소를 생각하여라.」
하였다. 그랬더니 어느 날 어린아이가 깜짝 놀라며,
「황소가 바늘구멍으로 막 들어옵니다.」
고 부르짖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도를 통해서 숙명통(宿明通)을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원상좌를 보고 말하되
「스님이 내 전생에 나의 상좌였구려! 그런데 이제는 스님이 나의 스승이 되고, 내가
스님의 어린상좌가 되었군요.」
두 스승 상좌가 전생일을 얘기하며 웃었다.
두 사좌(師佐)는 같은 도인으로서 오래도록 금강산에 있으면서 수도정진 하였고 어린상좌는
우운조사(友雲祖師)가 되었다.



*황구렁이가 스스로 부딪쳐던 댓돌 바위는 범어사 일주문 앞에
붉은 색깔을 띄고 있는 바위라고 전한다.
* 조선 숙종 때 범어사에 주석하셨던 명학스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많은 재산을 범어사
중창불사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스님의 덕성과 훌륭한 업적을 길이 후손에 남기려고 이같은
설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범어사 포교국장 합장()()()

 

 

* 아래 사진이 댓돌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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