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큰스님(한약 된장국) 9
1962년 겨울 어느 날 이른 아침 부산 범어사 청풍당에서는
때 아닌 된장국 소동이 일어났다. 아침 공양에 모든
대중들이 함께 먹는 된장국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된장국 맛이 왜 이 모양이지?”
“글쎄 말이야. 된장국에서 웬 한약냄새가 나는 거지?”
“가만 가만. 이거 된장국 안에 한약이 들어 있잖아?
자 보라구. 이건 감초, 이건 당귀, 아이구 이거
된장국에 시레기 대신 한약 찌꺼기가 들어갔잖아?!”
아침공양을 막 시작하려던 대중들 사이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된장국에 시레기는 들어있지 않고
한약찌꺼기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봐 갱두, 자네 어떻게 된 거야? 조실 스님 아시면
자네 쫓겨나게 생겼네”
사찰에서 국 끓이는 소임을 맡은 사람을 갱두라고
부르는데, 된장국을 이 지경으로 잘못 끓여놓았으니
갱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마침내 조실 스님이신 동산 스님이 이 된장국
소등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어찌된 일인지 소상히 말해 보아라.”
“예 스님. 된장국에 한약찌꺼기가 잘못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된장국에 어찌해서 한약찌꺼기가 들어갔더란 말이냐?”
“예, 간밤에 조실 스님 약은 짜 올리고, 그
한약찌꺼기 덩어리를 재탕 때 쓰려고 시렁에
올려놓았는데 오늘 새벽, 그 덩어리를 시레기
덩이인줄 잘못 알고 갱두가 된장국에 풀어 끓인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으신 동산 스님은 잠시 말씀이
없으셨다. 어두컴컴한 공양간 안에서 이른
새벽에 잘 보이지도 않으니 한약찌꺼기
덩어리를 시레기 덩이로 잘못 알고 된장국에
풀어 넣었다! 사건의 진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갱두는 오돌오돌 떨고 있었고, 모든 대중들은
조실 스님의 불호령이 금방 떨어질 것이라
숨도 제대로 못 쉰 채 긴장해 있었다.
“여러 대중들은 잘 들어라!”
드디어 조실 스님이 불호령을 내리기 시작
하셨다. 그런데 목소리가 뜻밖에도 따뜻했다.
“그동안 내가 먹을 것이 생기면 무엇이든
빼놓지 아니하고 대중공양을 시켜왔는데,
이 한약만은 여러 대중들과 나누어 먹지
아니하고 나 혼자만 먹어 왔다. 그래서 그
잘못을 깨우쳐주시려고 부처님께서 오늘
아침 한약 된장국을 끓이게 하신 게야.
자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 아침에는 이
한약 된장국으로 대중공양을 하도록 하자.
다들 알겠느냐?”
이렇게 해서, 참으로 희한한 ‘한약 된장국’
대중공양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이
호호탕탕한 동산 스님의 품안에서 누가
감복하지 않을 수 있었으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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