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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이야기 상사화相思花 20

포교국장스님 | 2010-08-07 | 조회수 : 432

범어사 주지실 입구에는 2개의 편액이 걸려 있다.

청남 오재봉선생의 글을 판각하여 걸어 놓았다.

포덕섭중 布德攝衆 덕을 베풀어 중생을 구제한다.

진공묘유 眞空妙有 먼저 비우면 나중에 꽉 들어찬다.

주지실 들어가는 초입에 상사화 꽃이 피어 있다.

상사화에 얽힌 설화이다.

 

 

 

조선시대 합천의 어느 마을에 선비와 그의 아내가 다정하고 화목하게 살았다.

선비부부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슬하에 딸 하나 두었는데 나이가

들어 결혼할 때가 되었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였다. 선비부부는 딸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자 혼사문제 때문에 많은 근심과 걱정을 하게 되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한 여름, 선비는 잠깐 잠이 들었는데 스님 한

분이 나타나서 한 손에는 실이 꿰어진 바늘을 보여주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칼이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비에게 다가와 바늘로 선비의 입을 봉하고 예리한 칼로 딸의 입을

땄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니 꿈이였다.

 

 

 

선비는 꿈이 너무나 이상해서 조그만한 암자를 찾아가 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스님은 "선비는 유생으로 불교를 비방한 죄로 딸이 벙어리가 되는

과보를 받았습니다. 백일동안 기도합시다. 참회기도와 업장소멸 기도를 하면

반드시 부처님의 가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선비와 그의 딸은 지극히 백일기도를 했다. 백일기도의 정성으로 딸은

말문이 열렸다. 그러나 선비의 딸은 금생에 태어나지 않은 셈치고 출가하여

비구니 스님이 되고자 아버지에게 간청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의 애절한

청을 거절하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강제로 결혼을 시켰다.

 

 

 

다음해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이 왔다. 선비는 딸의 유골을 들고 49재를

지내기 위하여 암자의 스님을 찾아왔다. 스님은 가련한 영혼을 위하여 49재를

정성껏 올렸다. 그리고 고혼이 남긴 유골은 암자 주위에 뿌렸다.

그 후로 그 암자의 주위에 예전에 없었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꽃이 되어 뜰에서라도 부처님을 모시려는 애뜻한 정한의 꽃이다.

원래 이 꽃의 이름은 화엽불상견상사화(花葉不相見相思花)이다.

줄여서 상사화라 한다.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가 끝없이 생각한다

라는 꽃이다. 이별화離別花, 피안화彼岸花, 사인화死人花, 중꽃, 저승화라 부른다.

상사화는 그 연록색의 잎이 육월까지 무럭무럭 자라다가 육월말이 되면 말라

죽는다. 그렇다고 뿌리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칠월말쯤 되면 죽었던 그

뿌리에서 꽃대가 올라온다. 그리고 십일정도 있으면 백합모양의 매력적인

연부홍의 아름다운 꽃이 피게 된다. 이렇게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여러 불자들이 다니는 사찰의 정원을 한번 살펴 보라. 사찰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천년 고송의 나무가 바로 정원이기 때문에 따로 정원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정원이 있어도 소나무, 향나무, 사철나무가 있고 꽃이

피거나 화려한 꽃나무가 없는 것이 사찰정원의 특징이다.

상사화라는 꽃은 큰 사찰의 정원이나 조그만한 암자 주위에 눈여겨 보면

피어 있다. 그 자태가 고고하며 꽃대가 반듯하게 올라와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상사화는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꽃이다.

 

 

 

범어사 포교국장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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