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 복장 점안법회 봉행
‘희장스님’ 조성 기문·발원축 확인
1년여간 성보박물관서 보존처리

금정총림 범어사는 5월21일 경내 대웅전에서  ‘대웅전 삼존불 개금·복장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5월21일 경내 대웅전에서  ‘대웅전 삼존불 개금·복장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범어사가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의 과학적 보존처리와 개금·복장 불사를 마무리하고, 천년의 빛을 되찾은 금빛 불보살의 장엄한 위신력을 세상에 나퉜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정오스님)는 5월21일 경내 대웅전에서 금정총림 방장 여산 정여대종사를 증명법사로 모시고 ‘대웅전 삼존불 개금·복장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석에는 수좌 수불대종사, 주지 산해 정오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과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 신행단체장, 기업인 등 사부대중이 대웅전 안팎을 가득 메운 가운데 천년 성보의 부활을 한마음으로 찬탄했다.

점안법회는 교무국장 효천스님의 사회와 범해스님의 집전으로 문을 열었다. 앞서 오전 9시30분부터 상노전 스님이 법주를, 범해스님이 바라지를 맡아 전통 의궤에 따른 신중작법과 심화상칭 등 장엄한 점안의식을 집전했다. 방장 정여대종사의 증명 아래 삼존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팥죽헌공 등이 여법하게 거행됐다. 이어 헌다, 마지헌공, 반야심경 봉독, 고불문 및 발원문 낭독, 경과보고, 격려사, 법어, 범어사 합창단의 축가,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개금불사는 단순한 외형 수리를 넘어, 삼존불의 정확한 조성 연대와 전설적인 장인들의 실명을 확인하는 역사적 학술 대발견의 성과를 거두어 교계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보존처리 사업은 2025년 4월29일 첫 삽을 뜬 이후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심의위원회의 세밀한 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1년이 넘는 대장정으로 치러졌다. 불사는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기관인 (주)아트앤사이언스가 전담해 수행했다.

범어사는 성보의 안전을 위해 경내 성보박물관 내에 첨단 임시 보존처리실을 구축하고, 3D 스캔 및 X-ray 촬영, 과학적 안료 분석 및 충해 분석을 선행했다. 이 과정에서 실시된 복장 조사 중 불상기문과 불상기인발원축이 발굴되는 쾌거를 이뤘다.

조사 결과 대웅전 삼존좌상은 조선 현종 2년인 순치 18년(1611년)에 조성되었음이 고증됐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조각승으로 명성을 떨친 수두(首頭) 희장(熙莊)스님을 필두로 보해, 경신, 쌍묵, 뇌영, 신학, 청언스님 등 조선 후기 불교 조각계를 이끈 거장 화승들이 한마음으로 원력을 모아 빚어낸 결정체임이 드러났다.

과학적 분석을 마친 삼존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총 네 차례 거치며 손상 부위 메움, 옻칠, 배접 작업을 단계별로 밟았다. 4월과 5월에 걸쳐 개금 및 대좌 개채 작업을 완료한 뒤, 마침내 이날 보존처리실에서 대웅전으로 안전하게 이운되어 복장 점안을 마쳤다.

방장 여산 정여대종사는 “오늘 사부대중이 지극한 서원으로 성취한 이 무한한 공덕은 우리끼리만 간직하는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공덕은 끝없이 많은 이웃과 사회, 나아가 불교를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자비의 손길로 나누는 대회향에 있다”며 “빛바랜 부처님 전에 황금빛 원력을 입혔듯, 우리 마음에도 수행의 새 옷을 입혀 이 세상의 어렵고 병고로 고통받는 이웃들과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천년 보물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참되게 발현될 것이다”고 설했다.

수좌 수불대종사는 “안으로는 삼존불께서 대웅전을 찾는 모든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참된 수행의 길로 이끄는 지혜의 눈을 뜨게 하시고, 밖으로는 지구촌의 전쟁과 질병, 기후재난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일심으로 염원한다”며 “오늘 맺은 수승한 인연이 온 세상의 지혜와 기쁨으로 화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주지 정오스님은 고불문과 인사말을 통해 이번 불사가 지닌 종단적 위상과 범어사 사부대중의 자부심을 일깨웠다.

정오스님은 “금정산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시절 의상조사께서 화엄의 원융법계를 이 땅에 펼치고자 창건하신 화엄십찰의 근본도량이자 해동 선교양종의 총본산이다”며 “오늘 삼존불을 새롭게 장엄한 것은 단순히 오래된 성상을 닦아내는 물질적 작업을 넘어, 의상조사의 거룩한 화엄 창건정신과 천년 선맥의 법등을 다시금 환하게 밝힌 역사적 호법불사”라고 엄숙히 선언했다.

이어 스님은 “새로이 나투신 석가모니불과 제화갈라보살, 미륵보살의 수기삼존불 속에는 진신사리와 경전, 다라니, 후령통 등 무진장한 법보가 사부대중의 서원과 함께 봉안됐다”며 “대웅전 전각과 불상, 그리고 최근 보물로 지정된 내부 벽화까지 모두 국가 보물로 지정된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영험 도량인 만큼, 범어사를 찾는 모든 불자와 국민이 자긍심을 갖고 무상보리의 대복덕을 누리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점안법회 모습.
점안법회 모습.
증명법사 방장 정여대종사.
증명법사 방장 정여대종사.
팥죽헌공 모습.
팥죽헌공 모습.
점안법회에 동참한 스님들.
점안법회에 동참한 스님들.
범어사 대웅전 석가모니불.
범어사 대웅전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