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범어사 선문화관
'선문염송' 특별 법석 열려
뜨겁게 달아오른 구법 열기
경계를 허문 조주의 '끽다거'

대강백 일해당 덕민 스님이 당나라 조주 선사의 '끽다거(喫茶去·차 한 잔 먹고 가게)' 화두를 통해 사부대중에게 선(禪)의 진수를 전했다.

11월 1일 금정총림 범어사 선문화관에서 열린 이번 특강은 범어사 수좌 수불 스님이 10여 년간 이어온 간곡한 요청 끝에 성사됐다. 수불 스님은 "유·불·선 3교를 함께 통달하시어 선문 강의를 해주실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시기에 모시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며 초청 배경을 밝혔다.

덕민 스님은 특강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법상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의에 나섰다. 스스로를 "골동품 중에서도 가짜 골동품"이자 "문자 강사일 뿐"이라고 낮춘 덕민 스님에게 수불 스님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일해당 덕민 대강백 선문염송 3일 특별강의' 현장은 사부대중의 구법 열기로 가득 찼다.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스님, 전 총무원장 설정 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등 원로 스님들도 참석해 평생을 함께 정진해 온 도반의 법문을 경청했다.


덕민 스님의 이번 법문은 당나라 선승 조주(趙州) 선사의 저명한 화두 '끽다거' 문답의 한문 원문을 강독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덕민 스님은 교재인 <선문염송강설(禪門拈頌講說)>을 펼쳐 들고 조주 스님과 제자들의 문답 원문을 대중에게 풀어냈다. 스님의 강설에 따르면, 조주 스님은 도량에 찾아온 스님들에게 예전에 와본 적이 있는지 물은 뒤, 와본 적이 있다는 스님에게도, 와본 적이 없다는 스님에게도 똑같이 "차 한 잔 먹고 가게"라고 답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원주 스님이 까닭을 묻자, 조주 스님은 원주를 부른 뒤 "너도 차 한 잔 먹고 가게"라며 동일한 가르침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스님은 "우리의 일반적인 분별심으로는 일찍 온 스님(깨달은 사람)과 늦게 온 스님(깨닫지 못한 사람)은 서로 상반(相反)되는 관계"라며 "하지만 조주 스님의 '차 한 잔 먹자'는 그 소리 앞에서는 깨달음과 깨닫지 못한 사람, 부처와 중생이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완전히 지워진다. 과거, 현재, 미래를 현재 일념으로 딱 붙들어 앉혀놓고, 삼라만상이 하나가 되는 '상즉(相卽)의 관계'를 이루는 것"이라 설명했다.
덕민 스님은 조주의 끽다거가 단순한 차 마심을 넘어, 사람의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눈알을 바꿔놓는 '암환안정(暗換眼睛)'의 선풍(禪風)임을 강조했다.



"이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면, 깨달았다는 아상(我相)을 가진 사람은 분별을 털어내어 몰록 멍해져 버리고, 깨닫지 못해 미했던 사람은 번뇌가 끊어지며 오히려 활짝 깨닫게 된다"며 "차 한 잔이 일순간에 부처와 중생의 자리를 맞바꾸고, 세상을 쪼개어 보던 우리의 낡은 색안경을 순식간에 벗겨버리는 통쾌한 가르침"이라 말했다.
지혜의 안목이 바뀌면 "무명실성(無明實性)이 즉 불성이요, 환화공신(幻化空身)이 즉 법신이라", 즉 번뇌라는 어두운 진흙 속에서 깨달음이라는 맑은 연꽃이 피어나는 불이(不二)의 진리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스님은 스스로 깊은 진리는 각자 자득(自得)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추사 김정희가 평생 가장 좋아했다는 명구 '정좌처 다반향초(靜坐處 茶半香初·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반 잔이요, 향기는 처음이다)'를 인용하며 "비록 차는 반 잔일지라도, 그 차를 제대로 마셨을 때 내 몸을 휘감는 깨달음의 향기는 온 우주에 충만해진다"며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는 우주와 내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하는 상즉의 관계가 된다. 저 푸른 산과 맑은 물(靑山綠水)이 바로 나 자신이 되는 융통무애(融通無?)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선문염송 특강'은 향후 BBS불교방송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송될 예정이다.

하성미 부산주재기자 hasm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