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하는 사찰음식 만찬이 27일 범어사 선문화체험관에서 열려 세계 각국 대표단에게 한국불교의 생명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고 범어사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관한 이번 만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BBS불교방송 이사장 수불 스님, 불교신문사장 원허 스님,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과 종단 주요 스님,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허민 국가유산청장, 오석근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총장보,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과 부의장국인 레바논, 세네갈,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대표단, 몽골, 스위스, 라오스 등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 대표단 및 자문기구 관계자 등 90여 명이 함께했다.

행사는 사전 차담과 범어사 어린이합창단의 식전공연에 이어 총무원장 진우 스님 인사말, 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총장보 답사,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 축사, 허민 국가유산청장, 오석금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 환영사,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건배사, 대성암 성공 스님 사찰음식 소개, 만찬, 회향 말씀의 순으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불교에는 ‘세계일화(世界一花)’, 즉 세계는 하나의 꽃이며 너와 내가 결코 둘이 아니라는 연기의 가르침이 있다”며 “문화유산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언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선보이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배우는 수행이자 생명에 대한 깊은 보은”이라며 “기후위기와 환경 변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사찰음식은 지속가능한 삶과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지혜로운 해답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우 스님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불교 관련 문화유산들이 잇따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점도 언급했다. 스님은 “불교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인도 사르나트 유산을 비롯해 일본 아스카·후지와라 유산, 태국 왓 프라마하탓 사원 등 세계 각국의 불교 문화유산이 새롭게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며 “한국 불교계를 대표해 세계유산위원회 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총장보는 답사를 통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문화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오늘 범어사에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사찰음식을 경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찰음식은 단순한 전통음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지혜와 삶의 방식이 담긴 문화유산이며,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간다는 가치를 일깨워준다”며 “오늘 만찬이 문화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를 넓히며 미래의 협력과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한국불교는 1700년 동안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해 온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며 “그 정신적 정수를 담은 사찰음식은 절제와 감사,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한 수행 문화이자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향한 해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천년고찰 범어사의 넉넉한 품 안에서 나온 이 사찰음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닌, 세계 각국 여러분의 지혜와 우정을 하나로 잇는 평화의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한국의 전통 식문화이자 국가무형유산인 사찰음식을 통하 우리 문화유산의 깊이와 철학을 함께 나누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오늘 이 자리가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 여러분께 한국의 문화와 유산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뜻깊은 교류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석근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도 “범어사는 우리 국민의 안식처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찰음식의 정신은 인류 공동의 유산을 보전하려는 세계유산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실천하는 글로벌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건배사를 통해 “천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범어사에서 세계 각국의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세계유산의 밝은 미래와 세계인의 평화, 그리고 오늘 함께한 모든 분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만찬에 앞서 범어사 대성암 성공 스님은 사찰음식의 의미를 소개하며 “사찰음식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마음의 음식으로, 산과 들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는 수행의 음식”이라며 “불교에서 먹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공양이며, 한 톨의 쌀에도 수많은 생명과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기에 감사와 수행, 공덕과 나눔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은 전체요리와 본식, 후식까지 ‘비움’, ‘산사의 향기’, ‘기억 그리고 맛’을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코스인 ‘비움’에서는 과면과 구운 초당옥수수가 제공됐으며, ‘산사의 향기’에서는 연자육밥과 된장찌개를 비롯해 단호박새송이버섯샐러드, 참외깍두기, 제철 나물, 두부조림, 버섯강정, 오방선, 오방편수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사찰음식이 차려졌다. 이어 ‘기억 그리고 맛’에서는 메론과 수박, 금귤정과, 식혜를 후식으로 선보이며 만찬을 마무리했다. 이번 만찬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계기로 한국불교가 오랜 세월 이어온 사찰음식을 통해 생명 존중과 절제, 나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세계 각국 대표단과 공유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뜻깊은 교류의 장이 됐다.

한편, 세계유산의 신규 등재와 보존·관리 방안 등을 심의하는 유네스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9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위원회 기간 벡스코 내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에서는 진관사 수륙재와 지화, 해인사 인경?판각, 통도사 미디어아트 등 한국 불교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홍보관이 운영된다. 이 밖에도 사찰음식과 K-디저트 시식, 선명상 체험, 영산재·국행수륙재 시연, 주요 사찰 답사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에게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과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이날 만찬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대한민국관을 둘러보며 세계유산과 함께 이어온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와 수행문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