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 경주 남산서 교구본사 릴레이기도
주지 정오스님 비롯 200여 명 대중들 동참
일심 기도 후 자연 속에서 펼쳐진 ‘선명상’
“일상서도 마애부처님 떠올리며 기도하길”

흙바닥서 절 올리며 간절히 기도한 불자들
쓰려졌음에도 강인한 마애부처님 모습보며
“스스로에 활력 불어넣는 시간...힘 얻고가”

 

완연한 가을날,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앞에 모인 200여 명이 명상에 잠겼다. 10월5일 봉행된 다라니 독송 기도에는 금정총림 범어사가 동참했다. 사진은 마애부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사부대중.
완연한 가을날,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앞에 모인 200여 명이 명상에 잠겼다. 10월5일 봉행된 다라니 독송 기도에는 금정총림 범어사가 동참했다. 사진은 마애부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사부대중.

“이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세요. 잠시 자연과 하나되어 나 자신이 누구인지 느껴보길 바랍니다.”

완연한 가을날,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앞에 모인 200여 명이 명상에 잠겼다. 일심으로 기도한 뒤였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의 안내에 따라 목탁소리가 세 번 울리자 모든 대중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자연 속에서 진행된 ‘3분 선명상’ 시간이었다.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기도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기도하고 있다.

조계종 미래본부가 10월5일 교구본사 초청 릴레이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다라니 독송 기도’를 봉행했다. 이날 기도는 금정총림 범어사가 맡았다. 지난해 10월7일 첫 기도를 봉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정진이였다.

기도에는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을 비롯해 총무국장 대방스님, 교무국장 석산스님, 재무국장 법귀스님, 사회국장 법진스님, 포교국장 해공스님, 호법국장 정수스님, 연수국장 담산스님, 홍보국장 벽해스님, 원주 도은스님 등이 동참했다.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을 비롯한 신도 200여 명과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들도 함께했다.

오전 9시경 새갓골주차장에 도착한 불자들은 휴대용 방석과 등산스틱, 천년을 세우다 굿즈인 염주 등을 건네받고 산에 올랐다.
오전 9시경 새갓골주차장에 도착한 불자들은 휴대용 방석과 등산스틱, 천년을 세우다 굿즈인 염주 등을 건네받고 산에 올랐다.
힘겨워하는 이에게는 가던 길을 멈춰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힘겨워하는 이에게는 가던 길을 멈춰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념촬영을 하는 불자들.
기념촬영을 하는 불자들.

이날 오전 9시경 새갓골주차장에 도착한 불자들은 휴대용 방석과 등산스틱, 천년을 세우다 굿즈인 염주 등을 건네받고 산에 올랐다.

기도하러 가는 길은 화기애애했다. 범어사 사부대중이 올리는 두 번째 기도였지만, “개인적으로 온 것까지 합치면 서너 번은 왔다”고 말하며 씩씩하게 걸음을 옮기는 불자들도 있었다. 산 길목마다 기념촬영을 하거나, 힘겨워하는 이에게는 가던 길을 멈춰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널찍이 둘러싸고 다라니 기도가 시작됐다.기도하는 스님들 모습.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널찍이 둘러싸고 다라니 기도가 시작됐다.기도하는 스님들 모습.
불자들의 일심으로 읊조리는 나직한 기도 소리가 현장을 감돌았다.
불자들의 일심으로 읊조리는 나직한 기도 소리가 현장을 감돌았다.
주지 정오스님의 안내에 따라 마주보고 앉은 스님과 불자들.
주지 정오스님의 안내에 따라 마주보고 앉은 스님과 불자들.
자연속 선명상이 진행되는 모습.
자연속 선명상이 진행되는 모습.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널찍이 둘러싸고 다라니 기도가 시작됐다. 불자들의 일심으로 읊조리는 나직한 기도 소리가 현장을 감돌았다.

기도를 마친 뒤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은 스님과 불자들에게 “서로를 마주 보고 앉으라”고 안내했다. 이어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위한 기도에는 저마다 염원하는 것들이 다 들어있을 것”이라며 “이제 최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동안 나 자신이 누구인지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지 정오스님의 안내에 따라 목탁 소리가 세 번 울리자 모든 대중이 두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따스한 가을햇살 아래 바위와 흙, 풀을 좌복 삼아 자연 속에서 진행된 ‘3분 선명상’이었다. 오직 자연 소리만이 감돌았던 3분간 불자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정오스님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정오스님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게송을 읊으며 환영인사를 건넨 열암곡 기도법사 단장 환풍스님.
게송을 읊으며 환영인사를 건넨 열암곡 기도법사 단장 환풍스님.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은 이날 바로 모시기 추진 현황을 전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정오스님은 “하루 5분이라도 수시로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여행을 하길 바란다”라며 “이와 더불어 국민들이 공감하는 내용으로 재해석된 국민 오계와 승보공양의 존중 정신을 실천하고 알려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열암곡 기도법사 단장 환풍스님은 기도 이래 처음으로 게송을 읊으며 환영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화창한 날씨, 다같이 힘을 북돋아준 범어사 대중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라며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날을 떠올리며 명상한다면 부처님의 가피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서로를 향해 박수치며 웃고 있는 불자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서로를 향해 박수치며 웃고 있는 불자들.
이날 기도는 불자속들 스스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이날 기도는 불자속들 스스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흙바닥 위에서 계속 절을 올리는 불자의 모습.
흙바닥 위에서 계속 절을 올리는 불자의 모습.

이날 기도는 불자들에게 여러 의미를 띠었다. 강예구(68, 부산 해운대구)씨는 쓰러져 계신 마애부처님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했다. 강 씨는 “마애부처님을 보며 나도 엎어진 기분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라며 “그래서 오늘만큼은 정말 부처님이 바로 모셔지길 간절히 기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스스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시간이기도 했다. 80톤의 육중한 무게를 받고 있는 마애부처님 모습은 곧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강인한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흙바닥 위에서 계속 절을 올리던 지옥자(67, 부산 금정구)씨는 “마애부처님은 서 있을 때도 넘어져있을 때도 중생을 구제하신다”라며 “무너졌음에도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자녀의 사진을 옆에 두고 기도하던 홍연옥(65, 부산 북구)씨는 “마애부처님을 위한 기도는 우리들을 위한 기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도는 간절히 해본 사람만이 안다”라며 “불자들이 일심으로 기도해 모두의 평화와 안정에 일조하자”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은 이날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모시기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성원스님은 “현재 비슷한 규모의 돌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중인데, 마애부처님을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다양한 여론과 실험 결과를 종합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경주=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