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 8월 15일까지 ‘광복의 시간, 그날을 걷다’ 전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부산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전시는 일제강점기 부산의 독립운동과 함께, 불교계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범어사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부산박물관은 6월 20일, 기획전시실에서 ‘광복의 시간, 그날을 걷다: 부산의 독립운동과 범어사’ 특별전의 개막식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6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56일간 이어지며, 항일운동의 거점 도시로서의 부산, 그리고 독립운동에 참여한 불교계의 행보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개막식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과 주지 정오 스님을 비롯해 BBS불교방송 이사장 수불 스님, BBS부산불교방송 사장 원허 스님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한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 박수영 국회의원, 이승혜 동아대 석당박물관장,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등 전시 유물 기증자 및 관계자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축사에서 “이 전시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후세를 위한 정신의 등불이 될 것”이라며 “불법을 지키는 것과 나라를 지키는 일이 다르지 않음을 절 안팎에서 온몸으로 실천했던 그날의 외침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에도 자주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범어사의 정신이 전시를 통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며 “한국불교의 수행자로서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도 깊은 감동과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가 과거의 기억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르침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BS불교방송 이사장 수불 스님은 “80년 전, 희생과 헌신이 빚어낸 그날의 빛이 오늘 우리 마음을 다시 밝혀준다”며 “범어사는 부산의 대표 사찰로서 어둠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한 등불이 되었으며, 불교계는 자비와 지혜로 호국의 길을 걸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불교계 항일운동의 정신과 함께 성월 스님, 용성 대선사의 뜻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부산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주요 무대였으며, 특히 범어사를 비롯한 불교계가 보여준 저항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지역 정체성”이라며 “이 전시를 통해 지역민들이 독립운동사를 보다 깊이 이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군막사찰에서 선찰대본산으로’는 지역 대표 사찰로서의 범어사 역사와 수행 전통을 다룬다. 2부 ‘부산 독립운동의 요람, 범어사’는 일제의 침탈에 저항했던 스님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불교계의 항일운동을 재조명한다. 3부 ‘부산의 함성, 대한독립만세’에서는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대표적인 항일투쟁 사례들을 소개한다.
주요 전시물로는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 유묵’, 백용성·한용운 스님 관련 유물, 오성월 스님의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조선독립신문’, 백범 김구의 친필 편지, 서영해 지사의 타자기 등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특히 범어사 돌담길을 모티프로 한 공간 연출은 현장감을 더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6월 24일에는 강사 최태성의 특별 강연 ‘그날을 만든 사람들, 부산의 독립운동가’가 열리며, 7월 25일에는 학예연구사와 함께하는 해설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초등학생을 위한 맞춤형 전시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장 입구에는 관람객이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태극기 배경의 리플릿으로 인쇄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해당 코너는 ‘부산 올드 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가족 단위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개방되며,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관련 정보는 부산박물관 누리집 또는 전시운영팀(051-610-714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성미 부산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