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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도 내 스승… 마음 내려놓는 소통하겠다” - 부산일보

범어사 | 2024-03-06 | 조회수 : 530


“쓴소리도 내 스승… 마음 내려놓는 소통하겠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범어사 정오 주지 스님 인터뷰
“고통 시련 질타도 내 스승
견디고 참고 기다리며 수행
범어사 정신 알려나가겠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첫째도 둘째도 소통이다.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소통을 하겠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첫째도 둘째도 소통이다.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소통을 하겠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불교 정화와 선찰대본산의 선풍 등으로 근현대사에서 우뚝한 금정총림 범어사. 최근 다시 범어사는 총림의 새 체제를 갖추었다. 정여 스님의 2대 방장 인준(지난해 11월)과 함께 정오 스님이 3개월 직무대행 수행 뒤 지난 1월 하순 정식 주지로 임명됐다. 지난달 말 정오 주지 스님을 범어사에서 만났다.

-4년 임기의 주지로서 역점을 두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소통이다.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소통이다. 바른말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부처님의 당나귀 귀’ 같은 열린 귀로 쓴소리를 경청하려 한다.”

범어사는 새 체제를 갖추고 일절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방장 스님은 착좌식을, 주지 스님은 진산식을 치르지 않았다. “격식을 넘어서자는 방장 스님의 큰 뜻을 받들면서 깊이 생각했다. 대신 제반 비용을 의미 있는 일에 회향할 계획이다. 세월도 어렵지 않은가. 사실 3개월 주지 직무대행을 하면서 인사를 다 드린 셈이다.”

-스님의 일구(一句)는 무엇인가.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가 저의 좌우명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모두 나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특히 우리 삶의 고통과 시련, 나를 힘들게 하는 질타 험담 악담 모함은 깊이 들어가면 ‘역행보살(逆行菩薩)’로서 나를 성장 숙성시키는 스승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산 스님께서 후학들에게 남기신 3자 ‘감(堪) 인(忍) 대(待)’도 평생의 교훈이다. 동산 스님의 글씨가 여기 벽에 액자로 걸려 있는데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이다. 겨울 찬바람이 이윽고 봄 매화를 터뜨리지 않는가.”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동산 스님께서 후학들에게 남기신 3자 ‘감(堪) 인(忍) 대(待)’는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으로 평생의 교훈이다”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동산 스님께서 후학들에게 남기신 3자 ‘감(堪) 인(忍) 대(待)’는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으로 평생의 교훈이다        ”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동산 스님의 흔치 않은 붓글씨 액자 2점 중 주지실에 걸려 있는 다른 하나는 ‘불심(佛心)’이다. 견디고 참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곧 불심이라는 소리 같다. 주지실은 문자향이 감돈다. 벽면 양쪽에 족자 2개도 걸려 있다.

“왼쪽의 ‘속성정각’(速成正覺, 빨리 깨달음을 이루라)은 성파 종정 스님께서 2년 전, 오른쪽의 ‘보리군생’(普利群生, 중생을 이롭게 하라)은 정여 방장 스님께서 며칠 전 직접 써주신 글이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과 같은 말인데, 이는 불교의 2개 수레바퀴이자 모든 진리를 품고 있다.”

-방장 스님과 주지 스님은, 벽파 스님을 은사로 한 같은 제자인데.

“방장 스님은 은사님의 맏상좌이고, 저는 14명 중 중간인 7번째 상좌다. 상좌들은 모두 점잖아서 잘 나서지 않는 편이다. 저는 방장 스님이 범어사 주지를 하던 2008~2012년 사찰 살림을 총괄하는 ‘원주 살림’을 살았다.” 그때 정오 스님은 살림을 단단히 잘 산 덕에 곧바로 장안사 주지로 임명돼 이후 8년간 장안사 중창 불사를 꾸리는 역량을 또 발휘했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선구적인 삼일운동을 일으켰고 부산 문화와 연결돼 있는 범어사 정신을 더 널리 알려나가겠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선구적인 삼일운동을 일으켰고 부산 문화와 연결돼 있는 범어사 정신을 더 널리 알려나가겠다”고 했다. 정대현기자                         jhyun@

근년 범어사는 삼일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1919년 3월 18, 19일로 알려진 범어사 삼일운동 거사가 10여 일 전인 3월 7일, 한 차례 더 있었다는 것이다. 그 한 차례는 3월 11일 일신여학교보다 앞선, 부산에서 가장 빠른 삼일운동 거사였다.

-부산 삼일운동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범어사 거사는 의미가 상당한데.

“첫째 경허·성월 스님의 선풍 확립, 둘째 명정학교와 지방학림을 통한 근대교육이 선구적인 범어사 삼일운동의 배경이 됐다고 봐야 한다. 근현대사와 부산을 말할 때 뺄 수 없는 범어사의 역사와 사격(寺格), 정신을 널리 알려 나가겠다.”

-그런 범어사 정신 속에서 요산 김정한 문학도 탄생하지 않았나.

“성보박물관을 통해 요산 선생이 범어사 명정학교를 다녔고, 그때 범어사 삼일운동을 지켜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들었다. 나아가 등단작 ‘사하촌’에서 일제강점기 스님들의 지주적 행태를 비판한 날카로운 문학정신도, 경허·성월 스님의 선풍과 동산 스님의 불교정화운동과 똑같은 ‘범어사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를 접했다. 범어사 바로 밑에 요산김정한문학관도 있다니 범어사와 문학관이 부산 정신을 함께 궁구하길 기대한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중생을 돕고 상대를 품는 숙성과 포섭의 마음으로 소임을 다 하겠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중생을 돕고 상대를 품는 숙성과 포섭의 마음으로 소임을 다 하겠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어떤 출가 인연이 있나.

“입대 훈련을 받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10개월 뒤 첫 휴가를 나와 군대 복귀하는 날, 부모님 산소에서 내려와 탄 버스 안에서 한 노스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를 물었다. 이후 수행이 깊은 그분을 통해 마음공부, 노동, 수행이라는 불교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저는 7남 1녀의 막내로 어머니의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노스님과의 인연 속에서 어머니께서 저에 대한 불심의 염원이 있었구나, 라는 걸 뒤에 깨닫게 됐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면서 정오 스님은 숙성과 포섭을 말했다.

“출가는 저마다 타고난 김·이·박 씨의 업(業)에 ‘석(釋) 씨’ 접을 붙인 거다. 당연히 석 씨로서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만물과 만사가 그러하다. 범어사 주지실 현판에 청남 오제봉 선생의 글씨로 ‘포덕섭중(布德攝衆)’이 걸려 있다. 덕을 베풀어 중생을 돕는다, 는 뜻이다. ‘상대를 품는다’는 포섭(包攝)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렇게 주지 소임을 정성껏 살겠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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