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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방장 정여스님 “텅빈 본성 깨달을 때 행복 오지요” - 아시아투데이

범어사 | 2024-03-06 | 조회수 : 342

범어사 방장 정여스님 “텅빈 본성 깨달을 때 행복 오지요”

기사승인 2024. 03. 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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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겪고 생명 소중함 절실해져
성지순례·방생으로 부처 마음 새기길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만드는 것
텅 빈 하늘같은 근본마음 제대로 봐야
하루 5분 천천히 호흡하면 생각 맑아져
방장 정여스님
부산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여산 정여스님. 칠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국 선방을 찾아다닐 정도로 수행에 진심인 정여스님은 지난해 11월 방장으로 추대됐다./사진=황의중 기자
부산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여산 정여스님(77)은 20대 베트남전 참전을 계기로 인생이 180도 바뀐 인물이다.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귀국해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벽파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5년 7월 15일 범어사에서 지유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6년 3월 15일 부산 범어사에서 고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김천 수도암, 현풍 도성암, 하동 쌍계사 금당, 문경 봉암사 등 전국 유명 수행터를 찾아다니며 정진했다. 범어사 주지(2008~2012년)에 이어 조계종에서 6개뿐인 총림(선원·율원·강원을 모두 갖춘 큰절)의 최고 지도자인 방장에 지난해 11월 추대됐다.

스님의 공부는 자기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다. 포교와 자비의 실천 역시 주된 관심사였다. 대한불교교사대학을 설립해 학장 소임을 맡으며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담당할 지도자들을 육성했고 사단법인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장도 맡았다.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범어 이사장, 부산광역시불교복지협의회 이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재단법인 보현장학회 및 사단법인 세상을향기롭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범어사에서 만난 스님은 '텅 빈 마음' 즉 근본 본성을 자각하는 일이 인생을 행복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바쁜 삶을 살더라도 매일 5분만 시간을 내서 호흡을 관찰해 보라고 권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왜 이 시대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야 하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를 바로 보게 하고 참된 길로 인도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행복과 불행은 다 내가 만든다. 그래서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르고 참된 나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시절 적과 전우의 시체가 썩어가는 과정을 두 눈으로 봤다. 많은 것이 느껴지더라. 물질과 외향에 속지 말고 변치 않는 텅 빈 나(眞空妙有)를 봐야 한다. "

-70세 넘은 나이에 전국 유명한 선방을 찾아다니며 정진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범어사 주지 소임을 끝내고 다시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경 봉암사, 강원도 백담사, 오대산 상왕선원 등 전국 선방을 돌며 바짝 정진했다. 젊은 스님들하고 같이 정진하니까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든 뒤 집중적으로 수행한 것은 깊게 자신을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이론적으로 정립한 것이 일상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차이가 나는지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참선도 많이 하셨지만 사회복지에도 힘쓰신 것으로 안다.

"출가한 이래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잠자리가 없는 사람에겐 잠자리를 제공하는 게 자비 아닐까. 그래서 1997년 부산 개금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하다가 1999년 부산 금정구 서동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IMF사태로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노숙인 50여 명과 6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노숙인 하면 거칠고 독하다고 생각하는데 함께해 보니 편견이더라. 오히려 약하고 순수하니까 자기 자리를 못 지키고 내몰렸던 거다."

-1995년 여여선원을 창건해서 30년 가까이 일반인들을 지도하셨다.

"우리 마음을 깨달음의 눈을 통해서 다시 보는 게 불법(佛法)이고 선(禪) 수행이다. 선은 스님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중요하다. 일반인도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잘 다스릴 수 있는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 대신 일반인들은 스님들보다는 불교에 익숙지 않으니까 지도할 때 좀 더 말을 많이 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한다."

-스님께서 보는 선(禪)이란.

"우리 일상생활 그대로가 선이지 일상을 떠나 따로 선이 있는게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를 바로 보는 게 선이다. 선을 두고 소승(小乘)선, 대승(大乘)선, 최상승(最上乘)선 이렇게 나누기도 한다. 소승선은 자기만을 위해 닦는 선이며 대승선은 더불어 함께 수행해서 피안(열반)에 이르는 선이다. 최상승선은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달은 선이다. 일반적으로 재가자들은 명상을 통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식의 선을 추구한다. 이는 일시적인 편안함은 준다. 그러나 흙탕물을 가만히 두면 맑은 듯해도 다시 흔들면 흙탕물로 돌아온다. 최상승선은 텅 빈 공간에는 때가 붙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텅 빈 본성을 바로 볼 수만 있으면 맑은 물을 흔드는 것 같아서 아무리 흔들어도 맑을 뿐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버릴 것도 없고 수행터와 일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친다. 그래서 최상승선을 권하는 것이다."

-성지순례와 방생법회를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불자들에게 권하는 까닭은.

"살아있는 생명을 놓아주는 행위인 방생은 부처님의 자비를 직접 실천하는 일이다. 베트남전을 겪어봐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성지순례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려는 노력이다. 유명 배우의 자취를 찾아 팬들이 촬영장소를 찾는 것과 같다. 맹자 어머니가 집을 세 번 옮긴 고사처럼 좋은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경전나 수행법이 있다면.

"금강경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한문이 어렵다면 한글 경전이라도 자주 보면 좋겠다. 금강경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의경전(근본경전)이다. 그만큼 중요한 경전이다. 선종의 대표 조사인 육조 혜능스님이 금강경 구절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금강경은 자기 마음을 바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불교 공부한 사람은 생각에 속지 않아야 한다. 텅 빈 하늘 같은 근본 마음을 봐야 한다. 하늘에 떠있는 변화하는 구름을 진짜라고 착각해서 안 된다.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시간을 내라. 편히 앉아서 코로 숨을 천천히 깊이 마시고 코로 숨을 천천히 내쉬어 보라. 숨이 들고나는 것을 마음으로 관찰해라. 호흡이 오가는 것을 20회쯤 보고 있으면 생각이 맑아진다. 생각이 그림자란 것을 자각하면 나를 괴롭히는 집착에서 풀려난다."

-마지막으로 종교를 떠나 마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앞선 수행자로 조언을 부탁드린다.

"본성을 확고하게 자각하면 생각에 속지 않는다. 생각이 웃으면 웃고 싶고, 생각이 울고 화내면 같이 움직일 뿐이다. 내 생각은 그림자이고 스쳐가는 것일 뿐이다. 화를 잘 낸다는 건 본성을 자각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만일 화가 올라올 때 알아차리고 있다면 공부가 돼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텅 빈 마음을 체득하기 위해 더욱 정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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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근본 마음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정여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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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가르침을 서예로 표현하는 정여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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